
시행착오에서 예측형 R&D로 —한 점착 테이프 개발 사례가 보여준 Evidence Builder의 원리 이한종 · GTM & Evidence Builder · 2026 한 점착 테이프 제조기업에는 3년간 축적된 실험 데이터가 있었다. 데이터가 부족한 회사가 아니었다. Excel에는 배합표가 있었고, PDF에는 시험 결과가 있었으며, 연구원의 실험노트에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가 기록돼 있었다. 그런데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조직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목표한 점착력과 점도, 인장강도와 내열성을 얻기 위해 200회가 넘는 실험을 반복했고,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는 데 약 9개월이 필요했다. R&D의 역사는 존재했지만, 그 역사를 다음 판단에 사용하는 지식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이 장면에서 Evidence Builder의 본질을 본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지식이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가 저장돼 있다고 해서 그것이 증거로 기능하는 것도 아니다. 경험이 다음 선택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것은 과거의 기록에 머문다. 반대로 하나의 성공과 실패가 다음 판단의 범위를 좁히고, 더 나은 행동을 이끌며, 실제 결과로 다시 검증될 때 경험은 비로소 반복 가능한 증거가 된다. Evidence Builder는 바로 그 전환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아이디어를 말로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실행 가능한 구조로 만들고, 사용자의 현실 속에서 시험하며, 결과와 실패를 다시 다음 판단에 연결한다.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능성이 실제로 작동하는 조건을 하나씩 증명하는 사람이다. 데이터는 쌓였지만, 지식은 축적되지 않았다 많은 조직이 “우리는 데이터가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다. 그 데이터가 오늘의 의사결정을 바꾸고 있는가? 점착 테이프 개발 과정에서 동일한 원료명이라도 제조사와 로트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배합이라도 온도, 혼합 순서, 경화 조건과 시험 환경에 따라 물성이 달라진다. 그런데 배합 정보는 Excel에, 시험 결과는 PDF에, 연구자의 판단은 개인 노트와 기억 속에 나뉘어 있다면 하나의 실험이 왜 성공했고 왜 실패했는지를 온전히 재구성하기 어렵다. 기록은 남지만 맥락은 사라진다. 결과는 존재하지만 판단의 이유는 남지 않는다. 연구원이 바뀌면 조직은 비슷한 실험을 다시 하고, 실패했던 경로를 다시 걷는다. 이때 실패한 실험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한다. 실패에서 배울 기회를 잃는 것이다. 실험의 실패는 원래 과학적 자산이다. 어떤 조합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알면 다음 탐색의 범위를 줄일 수 있다. 예상 밖의 결과는 기존 가설이 틀렸음을 보여 주거나, 아직 이해하지 못한 새로운 상호작용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실패의 조건과 맥락이 보존되지 않으면 그것은 증거가 아니라 비용으로 끝난다. 그래서 Evidence Builder는 성공만 수집하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했는지, 왜 선택했는지, 어디에서 예상이 빗나갔는지, 무엇을 수정했는지, 누가 결과를 검증했는지까지 연결한다. 증거는 완벽한 결과의 전시물이 아니라 판단이 현실을 만나 수정된 흔적이기 때문이다. AI가 바꾼 것은 실험의 수가 아니라 판단의 구조였다 이 전환 프로젝트는 새로운 데이터부터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먼저 기업이 이미 가지고 있던 3년의 실험 기록을 읽고 연결했다. PDF, Excel, 기술자료와 실험노트에 흩어진 정보를 구조화하고, 원료명과 단위를 표준화했으며, 성공한 실험뿐 아니라 실패한 실험도 보존했다. 여기에 배합 비율만 넣은 것이 아니다. 제조사, 로트, 온도, 혼합 순서, 시험조건과 같은 공정 메타데이터까지 함께 모델링했다. 숫자만 학습한 것이 아니라 숫자가 만들어진 현실의 맥락을 복원한 것이다. 그 위에서 AI는 점착력, 점도와 인장강도 같은 핵심 물성을 예측하고 목표에 가까운 후보를 제안했다. 연구자는 추천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원료 재고, 안전 한계, 설비 조건과 실제 생산 가능성을 검토해 실행할 실험을 결정했다. 실험 결과는 다시 데이터에 들어가 모델을 수정했고, 수정된 모델은 그다음 실험을 추천했다. 학습하고, 예측하고, 실행하고, 다시 학습하는 폐쇄 루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구조에서 AI의 역할은 한 번에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모든 조합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언하는 것도 아니다. AI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증거를 바탕으로 다음에 어떤 실험을 해야 의사결정이 더 좋아질지를 제안하는 것이다. 가장 좋아 보이는 후보와 가장 가치 있는 다음 실험은 항상 같지 않다. 어떤 실험은 높은 성능이 예상돼 선택된다. 다른 실험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선택된다. 그 결과가 나오면 서로 경쟁하는 두 가설 중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측형 R&D의 핵심 질문은 단순히 “어떤 조합이 가장 좋은가?”가 아니다. 어떤 실험이 우리의 다음 판단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가? 이 질문이 시행착오를 학습으로 바꾼다. 67%는 성과이면서, 새로운 운영 방식의 증거다 공개된 성공사례 자료가 보고한 변화는 분명했다. 6주 만에 데이터 정제와 모델 학습, 검증과 현장 적용 체계를 구축했다. 신제품 개발기간은 9개월에서 3개월로 67% 단축됐고, 실험 횟수는 200회에서 70회로 65% 감소했다. 자료는 예측 신뢰도를 95%로 제시하며, 30건의 검증 실험에서 오차가 ±5% 이내였다고 보고한다. 동일한 기간에 수행할 수 있는 개발 생산성은 최대 3배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 사례의 핵심을 숫자에만 두면 가장 중요한 변화를 놓치게 된다. 130개의 실험이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성공 가능성이 낮거나 정보 가치가 부족한 조합을 실제 실험 전에 걸러내고, 더 중요한 후보에 연구자의 시간과 원료, 장비를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를 덜 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의미를 가진 실험을 한 것이다. 9개월이 3개월로 줄었다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학습 구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연구원의 감각에 의존하던 지식이 조직이 검색하고 검토하고 재학습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뀌었다. 한 번의 성공이 반복 가능한 운영 능력으로 전환됐다. 이것이 Evidence Builder가 성과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좋은 숫자 하나를 찾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떤 문제에서 시작됐고, 어떤 판단과 실행을 거쳤으며, 어떤 조건에서 측정됐고, 누가 검증했는지를 연결한다. Claim은 “개발기간을 67% 단축했다”는 문장이다. Evidence는 그 문장이 만들어진 전체 경로다. 기존 기준선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제품군과 물성을 대상으로 했는가. 몇 회의 실험을 비교했는가. 예측값과 실제 측정값은 어떻게 검증했는가. 연구자는 AI의 추천을 언제 승인하거나 거부했는가. 이 조건이 기록될수록 성과는 과장된 약속이 아니라 다른 조직이 검토하고 재현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Evidence Builder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의 크기만이 아니다. 증거의 밀도와 재현 가능성이다. 연구자의 직관은 제거되지 않았다 예측형 R&D를 설명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오해는 AI가 연구자의 판단을 대체했다는 서사다. 알고리즘은 스스로 화학적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상값이 새로운 물질 현상인지, 오염된 시료인지, 측정 장비의 문제인지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원료가 시장에서 조달 가능한지, 제안된 공정이 기존 설비에서 실행 가능한지, 안전 한계를 넘어서는지 역시 현장의 판단이 필요하다. 폐쇄 루프에서 연구자의 개입은 자동화의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시스템을 현실에 연결하는 핵심 요소다. 연구자는 실행 가능한 범위를 정의하고, AI의 추천 이유와 불확실성을 검토하며, 예상 밖의 결과를 해석하고, 탐색을 계속할지 양산 검증으로 넘어갈지 결정한다. AI는 연구자의 직관을 없애지 않았다. 반복적인 후보 탐색에 사용되던 직관을 더 중요한 과학적 판단으로 이동시켰다. Evidence Builder 역시 사람의 판단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개인의 머릿속에만 있던 판단을 밖으로 꺼낸다. 왜 이 문제를 선택했는지, 무엇을 위험으로 보았는지, 어떤 제약 때문에 추천을 거부했는지, 실패 후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기록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암묵지가 다른 사람이 검토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AI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모든 답을 혼자 만들어 내는 능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떤 문제를 풀 가치가 있는지 정하고, 불완전한 증거 속에서 판단하며, 결과에 책임지고, 배운 것을 다음 행동에 반영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Evidence Builder는 가능성과 증명 사이의 루프를 만든다 나는 Evidence Builder의 작업을 일곱 개의 연결된 요소로 설명해 왔다. Problem → Artifact → User → Judgment → Iteration → Impact → Validation 먼저 실제로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정의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 실험, 모델이나 프로세스를 만든다. 그것을 실제 사용자의 환경에 넣는다. 사용자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관찰한다. 실패와 예외를 바탕으로 개선한다. 시간, 비용, 품질이나 행동의 변화를 측정한다. 마지막으로 그 결과를 고객, 연구자 또는 시장의 검증과 연결한다. 이 점착 테이프 개발 사례는 이 프레임워크가 소재 R&D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 준다. Problem: 200회 이상의 반복실험과 약 9개월의 개발기간 Artifact: 과거 데이터와 공정 맥락을 연결한 예측·추천 시스템 User: 실제 배합과 공정을 책임지는 연구자 Judgment: 안전성, 재고, 설비와 물성을 고려한 추천 승인·거부 Iteration: 실제 결과를 모델에 되돌려 다음 추천 개선 Impact: 개발기간 67% 단축, 실험 65% 감소, 생산성 최대 3배 향상 Validation: 예측값과 실제 실험값의 비교 및 현장 연구자의 검토 중요한 것은 이 일곱 요소가 보고서의 목차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결과가 다시 첫 번째 문제 정의를 개선하고, 하나의 고객 사례가 다음 PoC의 기준선을 만들며, 한 번의 검증이 더 넓은 제품군과 연구소로 확장될 조건을 만든다. Evidence Builder는 직선적인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가능성, 실행, 실패, 개선과 검증이 계속 순환하는 증거의 폐쇄 루프를 만드는 사람이다. 실패 없는 시스템이 아니라, 실패를 잃지 않는 시스템 AI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정확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더 높은 정확도, 더 좋은 모델, 더 빠른 생성 속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조직의 학습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모델의 정확도만이 아니다. 실패한 실험이 보존되는가. 측정의 불확실성이 드러나는가. 추천을 거부한 이유가 기록되는가. 예상과 실제 결과의 차이가 다음 모델과 판단에 반영되는가. 성과 지표의 기준과 조건이 검증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AI는 시행착오의 속도만 높일 수도 있다. 잘못 정의된 데이터와 불완전한 측정을 더 빠르게 학습하고, 왜곡된 추천을 더 효율적으로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폐쇄 루프는 실패를 제거하지 않는다. 실패가 사라지지 않게 한다. 실패의 조건과 이유를 보존하고, 다음 판단을 개선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Evidence Builder가 만드는 것도 완벽한 성공의 이미지가 아니다. 현실 속에서 무엇이 작동했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정직하게 남기고, 그 차이를 반복 가능한 학습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때 실패는 평판의 위험이 아니라 신뢰의 근거가 된다.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가 아니라, 그 실패를 통해 판단과 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실험을 바꾸지 못하는 데이터는 아직 증거가 아니다 앞으로 소재 R&D의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실험을 수행하는가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누가 하나의 실험에서 더 많이 배우고, 그 배움을 다음 결정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하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이 점착 테이프 사례는 AI가 R&D를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을 보여 준다. AI가 연구자를 대신해 정답을 선언한 것이 아니다. 흩어진 과거를 연결하고, 실패에 맥락을 돌려주고, 다음 실험을 선택할 근거를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결과가 다시 다음 판단을 개선하도록 했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다. 조직이 경험을 기억하고, 기억을 판단으로 바꾸며, 판단을 다시 증거로 검증하는 학습 시스템이다. 나는 이것이 AI 시대의 Evidence Builder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더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가능성을 미래형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문제에서 출발해 하나의 구조를 만들고, 사용자의 판단과 실패를 통과시키고, 측정 가능한 변화와 외부 검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말이 쉬워질수록 증거는 더 중요해진다. AI가 누구에게나 설득력 있는 문장과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시대에는 무엇을 주장하는가보다 무엇이 실제로 다음 행동을 바꾸었는가가 사람과 조직을 구분한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있는가?”가 아니다. 어제의 실험은 오늘의 판단을 바꾸었는가? 오늘의 판단은 내일 더 나은 실험으로 이어지는가? 그렇다면 데이터는 지식이 되었고, 경험은 증거가 되었으며, 시행착오는 조직의 경쟁력이 된다. 예측형 R&D란 미래를 한 번에 맞히는 기술이 아니다. 실험할 때마다 더 나은 질문을 선택하고, 실패할 때마다 다음 판단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 조직의 능력이다. 자료 범위에 관한 주석 본 글의 정량 수치는 제공된 익명 점착 테이프 R&D 성공사례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고객명과 원측정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대외 배포 시에는 고객 공개 승인 범위, 95% 예측 신뢰도와 ±5% 오차의 정의, 9개월·200회 기준선의 산정 범위, 30건 검증 조건을 함께 명시해야 한다. 200회에서 70회로의 변화는 산술적으로 65% 감소이므로 본문에서는 65%로 통일했다.

